우리가 일할 때 영감을 얻는 것들 : 밖에서 뭐 하고 다니니 [에반 편]

 

스페이스오디티는 우주에서 외롭게 유영하고 있는 ‘오디티’를 충분한 교신으로 궤도에 안착시키고, 임무 수행 후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하도록 돕는 스페이스 테스크 그룹이자 우주정거장입니다. 그리고 스페이스오디티에는 오디티의 곁에서 그들을 서포트하는 ‘요원들’이 있죠. 하지만 우리의 요원들도 저마다의 우주를 탐험하고 있는 ‘오디티’입니다.

지난 3월 브레드를 시작으로 5월 케이트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세 번째 요원 에반의 인터뷰를 들고 왔습니다. 스페이스오디티 요원 중에서도 에반의 이름은 특히나 낯설 거예요. 밖으로 보이는 업무라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스페이오디티의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업무는 물론, 요원들의 인사와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에반. 조금 이상한 음악 회사의 재무, 노무, 인사 담당자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오늘도 자신의 우주 곳곳에서 열심히 항해 중인 우리의 에반 요원에게 교신을 보냅니다. 응답하라 에반!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님이 그려주신 에반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님이 그려주신 에반

맡은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공식적으로 ‘재무’ 담당자예요. 회계, 세무, 재무 관리 전반을 맡고 있죠. 그런데 스페이스오디티 합류 당시 인사, 노무, 총무 등의 업무도 함께 시작해서 현재는 이 모든 걸 두루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벡, 로직, 케이트만 있던 회사 초기에는 인사, 노무의 개념을 가진 요원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재무 관련 업무보다 근로계약서 작성, 4대 보험 가입, 원천세 신고 등을 해야 했죠. 그리고 지금은 연차휴가, 보건 휴가 등 복지 문제를 요원들이 직접 토론하여 결정하지만, 초반에는 제가 정해야 했어요.

재무와 관련해서는 말 그대로 스페이스오디티의 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데요. 초기엔 벡과 투자사 IR을 진행했고, 현재는 그 투자금을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버닝 시점 등을 예측해요. 매월 원천세, 부가세, 법인세 신고 등의 세무 업무는 이에 따라오는 거고요. 이밖에 일상 회계 업무로 회사 초기 만든 지출 시스템과 규칙 등을 바탕으로 지출결의서 검토와 수정하는 일을 합니다. 사실 별로 하는 일이 없는데 굉장히 많은 듯 보이네요. 이상하게 ㅎㅎ

*IR: Investor Relations.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얻기 위하여 주식 및 사채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활동. 투자자관계·기업설명활동이라고 한다. (출처: 두산백과)

*버닝 시점: 자금을 모두 사용한 시점

비유하자면 곳간을 관리하는 중요한 업무네요. 여기서 궁금한 게 생겨요. 음악 회사라서 업무상으로 특별히 다른 점이 있을까요? 특히나 스페이스오디티처럼 ‘이상한 음악 회사’라면요

음악 회사의 재무, 노무, 인사 업무가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은 없어요. 전문적인 분야의 회계처리 절차나 세법 규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다만 스페이스오디티가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일반 회사와 확연히 다른 면인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일반 회사는 당연히 수입이 비용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관리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죠. 그런데 스타트업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당연히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상태에서 투자 유치를 통해 지속해서 회사 규모와 가치를 키워야 하므로 일반 회사와 재무 관리의 방향이 달라요. 이익 극대화보다는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자금을 관리해야 하니 공격적인 시설 투자, 인력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금이 버닝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거든요. 솔직히 이런 일들은 스페이스오디티에 합류하기 전에는 잘 모르던 분야라서 늘 공부해가며 하는 업무가 많아요.

에반이 요원들과 보기 위해 준비한 스터디 자료

에반이 요원들과 보기 위해 준비한 스터디 자료

사실 에반을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늘 공부하는 모습이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분야가 많아요. 세무사 자격증과 이전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만으로는 업종도 일반적이지 않고, 형태도 스타트업인 이 특이하고 어려운 음악 회사를 도저히 잘 서포트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요원들의 언어와 저의 언어가 다르니 요원들의 언어를 배워야 스텝 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저런 공부를 하기 시작한 거죠. 진짜 회사 입사 초기에는 믹싱이 뭔지, 인세의 의미가 뭔지, 로엔이 무슨 회사인지 등 외계어가 난무하는 회의에 멘붕이 와서 끝나면 꼭 혼자 검색하며 공부해야 했어요.

에반만의 스터디 방식이 있을까요?

기사를 읽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을 맹신하진 않아요. 주 업무 분야인 회계나 세무는 법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저 스스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라고 자부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인터넷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관련 법률을 찾아보고 조문을 이동해가면서 인용 조문까지 전부 확인하며 공부하고 일하는 편이에요. 

주 업무 분야가 아닐 경우에는 예를 들어 처음에는 로엔이라는 회사도 몰랐다고 했잖아요. 일단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사연혁이나 조직 재무 상태 등을 확인했죠. 그리고 나름의 전문 분야인 회계 지식으로 접근하고자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인 다트에 들어가서 감사 보고서도 확인하고요. 이런 식으로 경쟁사나 업계를 알아가고 있어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편하고 좋은 방식은 옆자리 동료인 라이언에게 물어보며 배우는 거죠. 무려 겸임교수이면서 회사 내 가방끈이 가장 길거든요 ㅎㅎ 음악 관련 실무나 업계에 대한 정보 등을 자주 물어요.  

마지막으로 기초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배우고 생각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거예요. 복잡한 내용일수록 직접 간략하게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 것이 되니까요.

특별히 사용하는 툴 같은 게 있을까요?

특별한 게 없는데 어떡하죠? 특별한 툴을 사용하기보다 한글, 워드, 엑셀 같은 기본 툴을 활용해요. 그래야 다른 이들과 공유하거나 설명하기 좋더라고요. 저는 모든 써클과 일하는 스텝 부니까 모두와 어렵지 않게 문서를 공유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대부분 내용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하거나 도표로 만들어 정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요.

에반에게 이런 과정이 일을 하는데 영감을 주기도 하나요?

이런 과정 전부가 일에 포함이니 그렇다고 봐야죠.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일하면서 영감을 너무 많이 얻어 탈이에요. 물론 아마추어란 딱지를 뗄 수는 없더라고요. 라이언에게 얘기해보면 보통 ‘그런 거 벌써 해요', ‘그거 있는 거예요'라는 대답이 90% 거든요 ㅎㅎ 그래서 가끔 주눅 들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고 이런저런 상상을 계속 이어가요. 언젠간 먹히겠지 하는 생각으로요. 사실 제 본연의 업무는 영감과 크리에이티브보다 안정감과 관리 위주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계속 기웃거리는데 역시 힘든 것 같아요.

“영감은 영감일 뿐, 구체화되지 않은 것 같아요. 영감을 높은 퍼포먼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깊게 공부하고 통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에반의 ‘영감'과 ‘공부(준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사실 영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대부분 영감이 필요 없는 일(공기업, 세무사)을 해와서 일수도 있고요.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일하면서 벡부터 시작해 많은 요원이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며 그 속에서 영감을 얻고 업무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존경스러웠어요.

음… 영감에 대해 생각해 보면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영감은 영감일 뿐, 구체화되지 않은 것 같아요. 영감을 높은 퍼포먼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깊게 공부하고 통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사실 영감을 얻고 공부할 수도 있고, 공부를 딥하게 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는 것 같고요. 영감과 공부는 그런 게 아닐까요. 

매주 화요일에만 회사에 오시잖아요. 그러면서도 요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는데 노하우가 있을까요?

제가 좀 까불잖아요. 실없기도 하고, 쓸데없이 말도 많이 걸고. 저는 정말 초기 멤버인 벡, 로직, 케이트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요원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해요. 업무적인 측면에서의 실력과 열정도 그렇지만 한 명 한 명이 개성 뚜렷하면서도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회사에는 ‘진상 불변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달까요. 요원들의 인성이 훌륭해 자연스럽게 존경하게 되니 제 특유의 붙임성이 마구 발휘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면도 약간은 있어요. 왜냐하면 모두 저와는 다른 직업군에서 다른 업력을 쌓아왔고, 다른 업무 환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어서 제가 가장 이방인일 수 있으니까요. 이 지점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 먼저 다가가고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며 친해져야겠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죠.

에반 말처럼 다른 직업군과 다른 업무 환경, 다른 업력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일단은 경청이죠. 꼭 우리 회사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그런 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잘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끝나면 가식이에요. 마지막은 배려죠. 업무적인 대화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대화가 종결되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오디티에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다른 요원들이 가진 각 업무에 대한 깊이가 저랑은 다른 차원일 거예요. 그들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면 정말 긴장하고 잘 들어야 겨우 이해가 가는 경우가 많죠. 최대한 모든 대화를 잘 듣고 이해가 안 되면 공부해야 해요. 반대로 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할 때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 OST - Town called malice

음악 얘기를 해볼까요? 브레드는 여행을 경험하며 들었던 노래를, 케이트는 영감을 얻는 장소에서 들었던 노래를 소개해줬어요. 에반은 공부하면서 듣는 노래? 또는 준비와 관련된 노래를 소개해주며 어떨까요?

공부하고 일하면서는 노래를 안 들어요. 준비와 관련된 노래도 잘 모르겠네요 ㅎㅎ 대신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할게요. 워낙 음악을 듣는 깊이와 폭이 넓은 사람들이 많아서 비교도 안 되겠지만 저도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서태지와 듀스가 너무 광풍을 일으키던 시절이라 중학교 때보다 음악을 듣는 폭이 좁아지려 했죠. 그 찰나 우리 고등학교 음악의 절대 지존이었던 벡이 나타나서 다양한 음악을 전도해주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듣던 많은 음악 너바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스톤 템플 파일럿츠, 에어로스미스 등은 모두 교주님(벡)에게 사사받은 음악이에요.

생각해 보니 인생 책은 많은데 인생 음악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을 그냥 소비하는 평범한 소비자 스타일이라 그런가 봐요. 음악을 소개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너무 좋아해요. 영화관에서만 세 번을 보고 또 기회가 될 때마다 보는데  ‘Town called malice’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해요. 그냥 음악으로서가 아니고 영화와 함께요. 음악을 들으면 영화가 떠오르는 너무 행복한 노래예요.

음악이 왜 좋을까요?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그러게요. 왜 음악이 좋은 걸까요? 음… 음악은 감성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잖아요. 기쁠 때는 더 기쁘게, 슬플 때는 더 슬프게. 음악은 우리를 더 깊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요. 나이를 먹고 옛날 음악을 들으면 그런 느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음악과 함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때 느끼던 감정들이 똑같이 느껴지는 경험 누구나 있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음악이 좋은 이유.

마지막으로 공영목의 우주에서 탐험하고 싶은 건 뭘까요?

공영목의 우주는 명확하지 않아요. 명확했던 것은 1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했던 많은 고민이에요. 공기업에서 짤리는 경우는 많아도 자발적 퇴사는 거의 없어요. 나름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승진도 빨랐기 때문에 퇴사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의아해 했죠.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자 하는 저의 의지는 강했어요. 조직 논리, 우월감에 젖어 있는 직원들, 도덕적 해이 등에 실망을 많이 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결정하고 전적으로 책임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하는 일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전적으로 책임지는 일이지만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많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스페이스오디티는 그 갈증을 채워준 곳이에요. 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고 일하는 재미까지 부여해주는 회사요. 나의 우주는 우선 스페이스오디티에요. 그 속에서 재미있게 성공적인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또 더 넓은 우주가 열리겠죠. 그건 그 때 생각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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