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할 때 영감을 얻는 것들 : 밖에서 뭐 하고 다니니 [케이트 편]

 

스페이스오디티는 우주에서 외롭게 유영하고 있는 ‘오디티’를 충분한 교신으로 궤도에 안착시키고, 임무 수행 후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하도록 돕는 스페이스 테스크 그룹이자 우주정거장입니다. 그리고 스페이스오디티에는 오디티의 곁에서 그들을 서포트하는 ‘요원들’이 있죠. 하지만 우리의 요원들도 저마다의 우주를 탐험하고 있는 ‘오디티’입니다.

지난 3월 브레드 시작으로 요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고 했는데요. 오늘, 그 두 번째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두 번째 요원은요.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일당백을 하는 요원입니다.  ‘스페이스오디티’나 ‘디깅클럽서울' 등의 이름을 만든 장본인이자, 최근엔 간식 대장으로 맹활약 중인 요원. 바로 케이트인데요! 위에 소개한 것 외에도 넘치는 센스와 아이디어로 여러 재미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케이트. 오늘도 자신의 우주 곳곳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우리의 케이트 요원에게 교신을 보냅니다. 응답하라 케이트!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님이 그려주신 케이트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님이 그려주신 케이트

맡은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이것저것’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음원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하는 거예요. 회사 초기부터 <Your BGM> 같은 자체 음원 프로젝트와 <연애플레이리스트> OST 같은 외부 콜라보 음원 프로젝트 등을 했습니다. 그 외에 여러 요원과 함께 브랜드 프로젝트와 브랜딩 등을 하고, 최근에는 간식 대장을 맡고 있어요.

지금 하는 건 뭐예요?

지금은 로직과 <플레이 넥스트 2019>를 준비하며, 비주얼적인 서포트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스페이스오디티 2주년 기념 텀블벅 프로젝트’의 티셔츠 제작, 패션 브랜드와 재즈 뮤지션 콜라보레이션 음원 제작 및 앨범아트,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고요.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단 음원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음원 프로젝트의 시작은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스페이스오디티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딩고뮤직에서 로직과 벡, 저 셋이서 ‘열두 시’라는 레이블 이름으로 샘김&로꼬의 ‘Think about Chu’ 리메이크, 홍대광&키썸의 ‘힙합이 뭔데’ 등을 진행했었거든요. 그걸 이어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다 함께 회사 이름을 고민하다 노래 제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이전부터 음원, 음악과 함께 흘러온 우리를 잘 보여주는 거예요.

스페이스오디티만의 음원 프로젝트 진행 방식이 있을까요?

꾸준히 축적한 사적인 데이터와 다양한 SNS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고르는 것 아닐까요? 창작자를 추려내기 위해서는 어떤 창작자가 있고 어떤 걸 잘하는지 ‘풀(Pool)’을 만들고 지켜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웹드라마에 들어갈 OST를 만드는데 ‘남자 주인공의 심정을 담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하면 평소에 축적해 놓았던 남자 뮤지션 리스트를 꺼내놓는 거죠. ‘누구는 이걸 잘 표현하고 누구는 이걸 잘 해’ 평소에 이해해 왔던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한다는 게 특징같아요.

케이트만의 기록(저장) 방식이 있을까요?

의식적으로 지켜보고 저장해두는 건 아니지만 생활 저변에 풀을 만들 수 있는 장치가 많은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전문적으로 열심히 디깅하는 훌륭한 큐레이터를 가까이 두고 자주 찾고요. 큐레이터는 책방이나 오프라인 샵 또는 누군가의 피드나 유튜브가 될 수도 있죠. 스스로 풀을 채울만한 소스가 없다고 느낄 때 그런 것을 자주 찾아 모아놓아요.

이런 것에서 영감을 얻는 거죠?

네 ㅎㅎ 호기심이 들게 만들거나 귀여운 것들, 좋은 것들을 저장해놨다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같이 보고 대화하다 보면 일과 삶에 좋은 영향을 주더라고요.

일과 삶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게 인상 깊어요. 일과 영감, 삶은 따로 구분되어 있기보다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이진수=케이트가 하는 것들이니까요. 요즘 좋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데요. 결국에는 저 자체가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영감에도 열려있고 일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LP로 만든 디뮤지엄 &lt;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gt; 전시 OST

LP로 만든 디뮤지엄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 OST

케이트 하면 ‘전시 OST’를 빼놓을 수 없어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은 거예요?

날씨별로 노래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웨더 프로젝트의 시작이에요. 예전부터 로직, 벡과 음원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했는데요. ‘봄이 오면 차트 안에 들어오는 봄 노래', ‘비가 오면 음원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는 폴킴, 비, 태연, 헤이즈’ 이런 이야기를 막 던지면서 날씨와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던 게 생각나요. 실제로 비가 오면 사람들이 비와 관련된 노래를 듣더라고요. 그래서 날씨별로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풀’에 저장해두고 있었는데 날씨 전시를 준비하던 디뮤지엄과 회의하다 생각난거죠. 킵해두었던 아이디어가 좋은 파트너를 만난 거예요. 여기에 단순히 날씨에 대한 감상을 담는 게 아니라 뮤지션이 직접 전시를 보고 작품과 날씨에 대한 감상을 담은 노래를 만들게 했죠.

그럼 왜 LP였어요?

전시 OST는 단순히 작품을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자 후에 전시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인데요. LP 역시 하나의 매개체로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멜론에서 듣는 것과 레코드 샵에서 LP를 사 재생하고, 만져보고, 훑어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잖아요. 음악적 경험의 확장이랄까요? 내 방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오가며 지켜보는 것도 재미고요. 그리고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GAB WORKS 영상 스튜디오의 영상과 그림이 워낙 예뻐서 LP로 크게 만들고 싶었어요. 전시 제목이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였는데요. 전시 타이틀에 맞게 LP 패키지를 투명으로 제작하고 날씨에 맞게 사진을 갈아 끼울 수 있도록 커버를 디자인했어요. 덕분에 턴테이블이 없어도 MD 개념으로 음악을 소유할 수 있게 됐죠.

카세트테이프로 만든 디뮤지엄 &lt;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gt; 전시 OST

카세트테이프로 만든 디뮤지엄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시 OST

그것의 연장선일까요? 이번엔 카세트테이프를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애슐리와 디뮤지엄의 <I draw> 전시 카세트테이프를 만들었어요. 이 역시 음악을 소유하고, 손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죠.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올리다 루이비통과 콜라보하게 된 일러스트레이터도 있고요. 이런 전시 배경을 바탕으로 아이디에이션하다 ‘사운드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을 떠올렸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을 찾아보자로 이어졌어요. 사운드클라우드에 뮤지션이 ‘믹스테잎'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가 큐레이션한 음악을 모아 카세트테이프로 만들게 됐죠. 뮤지션의 특성상 카세트테이프가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스페이스오디티 2주년 기념 티셔츠

스페이스오디티 2주년 기념 티셔츠

최근에는 텀블벅 프로젝트의 리드를 맡아 티셔츠도 만들었죠?

그건 정말 우연이었어요. 회의 시간에 벡, 애슐리, 소이와 이야기하다 “스페이스오디티 티셔츠 만들고 싶어요!”라고 던졌는데 프로젝트로 이어졌죠. 저의 농담 반 진담 반 아이디어를 흘려보내지 않고 들어준 벡. 그리고 “정말 팔릴까요?” 반신반의했던 저에게 용기를 주고 함께 진행해준 애슐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티셔츠였어요?

여행을 가거나 좋아하는 곳(레코드 샵, 카페, 서점 등)에 가면 꼭 수비니어로 티셔츠 하나씩을 사 오곤 했어요. 패션이라기보다는 나의 관심과 애정을 간직하고 표현하고 싶어 사는 건데요. 평소의 관심이 ‘스페이스오디티 티셔츠’로 이어진 거죠. 디자인을 고민할 때는 단순히 회사 로고로 만든 티셔츠 말고 스페이스오디티를 좋아하는 요원, 크리에이터, 사람들이 모두 입을 수 있는 귀여운 티셔츠를 만들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했어요. Space와 Oddity를 따로 떼어놓고 보니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앞뒤로 넣게 됐죠.

“‘영감’은 예술적으로 대단하거나, 뛰어나고 기민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도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냐에 달린 것 같아요. ‘도전’도 너무 어렵게 생각해왔다는 걸 깨달았는데요. 작게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고,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요원이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봤을 때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요원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된 것 같아요. 케이트는 영감과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영감’과 ‘도전’이 예술적으로 대단하거나, 뛰어나고 기민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며, 나이를 먹으며, 소소한 것도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냐에 따라 ‘영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도전도 마찬가지인데요. 예전에는 워낙 소심해서 ‘도전’이라는 단어가 되게 크게 느껴졌거든요? 물론 지금도 무언가에 ‘도전’한다 생각하면 쉽사리 말이나 행동이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과 대화하고 일하면서 제가 너무 어렵게 생각해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게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고,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영감과 도전은 제게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전제 조건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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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와 이진수를 구분할 수 없다 해도 안과 밖에서의 도전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의 것들이 안에서의 도전이라면 밖에서의 도전도 있을까요?

안과 밖에서의 도전이 큰 맥락 안에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들을 흐려지지 않게 흩어지지 않게 움켜쥐려는 노력과 도전이 있는 거죠.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보여주는 게 좋을까, 나만의 문법으로 어떻게 이야기할까를 계속 고민하고 작게 작게 도전하고 있어요. ‘노포페이스’도 그런 거죠. 사실 남자친구랑 저랑 매일 다니는 곳이 노포거든요. 둘 다 의식적으로 다닌다기보다 오래된 식당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갔고, 그걸 주변에 추천해주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더라고요. 그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만들게 됐어요. 사진첩에 있는 거 올려보자는 생각으로.

요즘은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이고, 이런 도전들이 쌓여 경험이 된다고 생각해요. 경험은 영감의 원천 아닐까요?

당연히 경험은 영감과 묶여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아빠와 손잡고 순댓국밥집에 다니지 않았다면 허름한 식당에 애착을 갖기는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어릴 때의 경험이 낡은 의자나 간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보다 애정을 갖게 된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하고 싶은 것은 경험뿐만 아니라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노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노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의 경험은 확장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냥 추억으로 남았겠죠. 같은 것도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느냐, 누구와 경험했느냐에 따라 ‘영감’이나 ‘경험’으로 불릴 수 있기도 하고 공중에 휘발되기도 할 거예요.

케이트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 몇 곳 소개해주세요

첫 번째는 연남동 저희 집이요. 집에 엽서만 모아놓은 박스가 있거든요. 하나는 누군가에게 받은 엽서 박스고, 하나는 제가 여행이나 샵에 다니며 모아놓은 엽서예요. 그런 것이나 대학생 때 봤던 쓸데없이 밑줄 많이 그어놓은 책 같은 것을 다시 들춰보다 보면 과거의 나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받게 돼 좋더라고요.

‘유어마인드’도 좋아해요. 서울은 너무나 빠르게 다 바뀌어버리고 없어지는데 제가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장소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거든요. 언제 가도 귀여운 고양이들이 있고, 한결같은 이로&모모미 사장님들. 그리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수많은 책이 있어서 좋아요. 책방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여행처럼요.

산책하면서 나누는 대화에서도 좋은 기운을 많이 받는데요. 서울은 넓은 공원이 없잖아요. 그래서 서울의 오래된 궁에서 걷는 걸 좋아해요. 특히 가을의 창경궁을 제일 좋아하고요.

케이트의 ‘Happy groove’ 플레이 리스트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플레이 리스트로 이동합니다)

케이트의 ‘Happy groove’ 플레이 리스트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플레이 리스트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들었던 음악 얘기를 해볼까요

참 제가 봐도 소나무 같은 취향인데… 저는 아무래도 디깅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케케묵은 음악, 케케 묵은 노포 이런 거요. 오디티 스테이션에 공유한 적 있는데 ‘Happy groove’라는 플레이 리스트가 있는데요. 디깅하다 알게 된 70~80년대 소울, 알앤비, 펑크 음악이 들어있어요. 이런 음악을 듣다 보면 ‘인생 쓰다’ 하며 흑흑 울다가도 ‘인생 아직 살만해~’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종으로 음악을 나누고 싶지는 않지만, 흑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그루브, 바이브가 있는 것 같아요.  

김광민 피아노 콘서트 1999.12.24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MBC 수요예술무대 방송)

뉴스레터 얘기가 나왔어요. 뉴스레터를 쓰면서 기억에 남은 음악도 소개해주세요

애슐리가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된 게 뉴스레터인데요. 일과 상관없이 다른 요원들과 음악 취향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사무실에서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하지만 테마 있는 뉴스레터를 쓸 때 요원들 의견을 많이 듣거든요. 그때 알려준 것 중 좋은 노래가 정말 많아요. 그중 하나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를 추천받다 벡이 소개해준 노래인데요. 유재하의 곡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김광민이 연주한 영상이에요. 정말 감동적이거든요.

아, 이건 상관없는 얘기지만 뉴스레터로 이벤트를 할 때나 설문을 할 때 구독자분들께서 잘 보고 있다는 피드백을 보내주시거든요? 그런 게 진짜 기억에 남아요. 그런 피드백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달까요.


음악이 왜 좋을까요?

저는 순수해서 좋은 것 같아요. 때로 다른 것 없이 음악만으로 충만해지고 행복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사람마다 ‘인생 살만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누군가는 쇼핑할 때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맛있는 걸 먹을 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그 순간이 찾아와요. 너무 힘들 때나 너무 행복할 때 생각해보면 항상 음악이 있었어요.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음 일은 뭘까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스페이스오디티에서 꾸준히 음악에서 파생된 굿즈를 만들어왔어요. 앞에 얘기했던 LP나 카세트테이프 외에 에릭남 X 치즈 ‘사랑인가요’ 뮤직비디오를 위해 섭섭 작가님이 그려주신 일러스트로 스티커를 만들기도 했고, 데이빗 보위 폰트로 마스킹테이프를 만들기도 했고요. 음악을 베이스로 비주얼을 만들어주는 좋은 크리에이터들과 작게나마 재미있는 시도들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2주년을 기념해 티셔츠를 만든 것도 앞으로의 일들을 위한 스터디이자 시도이지 않았을까요. 음악적 경험을 확장해주는 것,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콘텐츠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진수의 우주에서 탐험하고 싶은 건 뭘까요?

사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꼭 하고 싶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질문을 받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요. 그냥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 아! 그러려면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옛날부터 좋은 곳에 가면 ‘나도 이런 거 하고 싶다’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제가 유어마인드에 가면 없던 호기심도 들고,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처럼. 서촌에 있는 mk2에 가면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그게 카페든 서점이든 레코드 샵이든, 술집이든 국밥집이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책 등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든 얼굴 보고 대화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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