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것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임수민 편]
오디티 토크 7번째 주인공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임수민. 다양한 도시의 길거리를 다니며 그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흑백 필름 속에 담아내는 그녀는 글도 쓰고, 책도 내고, 그림도 그리고, 배를 타고 태평양 항해를 하더니 아예 배를 사서 선장이 됐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New Salt>라는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며 계속해서 도전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원동력이 뭘까? 임수민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에 대해 물었다.
영감을 주는 일상
주로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문득 "이걸 왜 아무도 안 했지?" 혹은 "도대체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제게 영감을 줍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서로 부딪히기만 해도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고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저러지는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부터 흑백 필름으로 일상 속의 사진을 찍게 되었죠.
대학교 때 교환학생을 가게 됐는데,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아서 '그냥 놀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때 제가 생각했던 가장 쓸모없는 수업이 암실 수업이었어요. 요가든 뭐든, 뭔가에는 좋잖아요. 그런 것 말고, 진짜 실용성 없는, 쓸모없는 무언가가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들은 수업은 사진 수업도 아니고, 암실에서 현상하는 수업이었는데요. 첫 필름롤이 완전히 하얗게 나와버린 거예요. 근데 그 실패가 너무 좋았어요. 버튼만 누르면 뭐든 되는 세상에서 암실 수업의 과정은 그렇게 편하지 않았어요. 제가 하나하나 다 움직여야 하고 불편한데, 오히려 그 망한 필름 덕분에 처음으로 뭔가를 했다고 느껴졌어요.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면서도 모험의 일상적인 것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태평양에서도 일어나면 아침 메뉴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고 모험은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단순하고 사소한 궁금증을 그대로 흘려보내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그 어디에서나 21세기의 집시가 되어 나만의 항해를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영감을 주는 음악
1) Queen - Bohemian Rhapsody
아프리카로 혼자 여행을 갔을 때 들으면서 울었던 적이 많아요. Mama i killed a man이라는 부분이 마치 자신을 죽였다는, 자신의 순수함이 이제는 사라졌다는 말 같았어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 여행에서 어딘가 모르게 공감이 되었어요.
2) Roberta Flack - Killing Me Softly
로버타 플랙의 목소리와 가사는 언제나 영감을 줘요. 바쁘게 돌아다니고 보이는 것에 계속 신경을 쓰다 보면 순수한 것이 그리워지는데 그때 이 노래를 들어요.
3) Minnie Ripperton - Reasons
뉴욕에서 태평양을 가기 전에 묵었던 숙소 사장님이 제 얘기를 듣더니 추천해준 노래예요. 마치 제가 얘기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저도 동의해요. 앙칼진 목소리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노래하는 미니 리퍼튼이 간드러진 러빙유를 부를 때보다 더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때 알고 충격받았어요. 태평양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나를 기죽이는 사람들을 무시하려고 했어요.
가장 큰 영감은 ‘기억'
제게 가장 영감이 되는 것은 기억입니다. 누군가 ‘노스탤지어’가 진보에 있어 방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 말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의 나’를 잊고 살면서 어떻게 발전을 할 수 있을까요?
제게 가장 큰 영감이 되는 것은 어렸을 적 엄마와의 여러 추억들입니다. (분명 아빠도 여동생도 너무 사랑하지만!) 유난히도 성격이 비슷하게 나온(?) 저는 엄마와 어렸을 적 함께 나눈 시간들이 많습니다. 엄마가 해준 여러 이야기는 제 책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에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에 안 좋은 기억이 큰 영감이 되기도 합니다. 2017년에 태평양을 요트로 항해했을 때, 좋았던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돌아오고 나서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상처들이 많았어요. 오히려 그게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충격적일 정도로 바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 극복하기 위해서 나만의 배를 사서 선장이 되어버렸어요.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 우리의 배를 사서 돌아오며 저는 또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자신을 더 알게 해 주고, 미래의 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는데 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퇴행을 노스탤지어 탓으로 돌릴까요?
무인도에 갔을 때 제가 제일 가져가고 싶은 게 뭔지 아세요? 태평양 항해를 할 때, 막상 무인도를 가보니까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다 있더라고요. 코코넛이든 뭐든 있는데요. 무인도에 가니까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요.
추억. 그게 없었다면 저는 버티지 못했을 것 같아요.
Oddity Talks Ep.07 - 임수민 작가의 ‘아이디어쟁이가 기회를 만드는 방법'
- 3월 27일(수) 저녁 7시 30분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 다큐 <New Salt> 상영은 물론, 임수민 작가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 오디티 토크7은 솔드아웃 되었습니다.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일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후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