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싱 그룹, 모노트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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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궤도를 벗어나 스스로 영역을 넓혀가는 이 시대의 오디티들의 이야기 '오디티 토크'. 지난 7월 5일,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8번째 오디티 토크는 작곡가 그룹 모노트리(MonoTree)를 이끄는 세 명의 수장 황현, 이주형, G-high 프로듀서와 함께 했습니다. 모노트리는 엑소 ‘My Answer’, 샤이니 ‘방백’, 이달의 소녀 ‘Butterfly’, 온앤오프 ‘사랑하게 될 거야’, 임한별 ‘이별하러 가는 길’, 정승환 ‘우주선’ 등을 작업한 K-Pop 프로듀싱 회사입니다.

<변화하는 음악 씬, 진화하는 작곡가>라는 주제로 모노트리의 작업기와 성장기는 물론, 변화하는 업계에 도전하며 진화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번 글에서는 행사 1부 내용 ‘지금까지의 모노트리’ 이야기를 다룹니다.


1부 - 지금까지의 모노트리

안녕하세요. 모노트리의 G-high, 황현, 이주형입니다.

G-hign(이하 G): 저희는 작곡가들이잖아요. 엔터 업계에서 일하지만, 스탭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얘기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저희끼리 회고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작곡가로서 3~4년 전에 회사를 처음 만들게 됐는데 일반 분들이 하시는 사회 생활을 처음 해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좌충우돌하고 고민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공유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1부는 지금까지의 모노트리 이야기, 2부는 앞으로의 모노트리 이야기로 준비해봤습니다.


1. 모노트리의 구조

황현(이하 황): 우선 모노트리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테니 구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시작할게요.

삼각형 꼭지점에 저희 셋이 각각 있다고 보면 돼요. 저희는 성격과 취향이 정말 달라요. 거의 양극단이거든요. 그런데 저희의 차이점을 점점 좁히며 원형으로 가고 있는 단계예요.

2017년, 3명의 프리랜서였던 작곡가들이 모여서 우리만의 무엇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3명이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했는데, 우선은 그게 프로듀싱이었죠.

3명이 모여서 하다보니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돈 관리 같은 기타 업무들도 많아서 고민하다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모아보자고 했죠. 그러다보니 곡 관리, 저작권 관리를 하다가 퍼블리싱이라는 것도 하게 됐어요. 음악 출판사 개념으로 어떤 곡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작가 저작권 징수 대행을 하기도 하고 저작권 관리 보호도 하게 된 거죠.

한 곡 두 곡 발표하다가 몰랐던 뮤지션들에게 연락이 왔어요. 곡 좋던데 들어가고 싶다고요. 그러다가 새로운 뮤지션들도 만나보고, NOPARI(노파리) 작가 등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근데 이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레 오피스가 필요하더라고요. 저희에게는 시스템의 원동력을 이루는 것들을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프로듀싱에 있어서 데모 곡 만들고 믹스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스튜디오도 구축했죠. 그리고 유튜브 등 이후에 다른 것들도 하면서 물음표를 채우고 있어요.


2. 모노트리의 초창기

G: 우선 저희가 모노트리 처음 만들고 했던 게 유럽으로 송 세션(송 캠프)을 가는 거였어요. 송 세션이 뭐냐면 하루 이틀의 시간 동안 셋업이 된 작가들이 스튜디오에서 만나서 시간 내에 뚝딱 곡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주로 SM이나 JYP 등 큰 회사들이 많이 하고 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송 세션을 많이 해요.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작업을 해야하죠.

저희가 해외에 처음 갔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당시에 모노트리 같은 회사가 한국에 많지 않았어요. 작곡가들이 만든 주식회사, 퍼블리싱을 하는 회사 말이죠. 그 전에는 크루 개념으로 같이 음악하는 형 동생 개념이었다면 저희는 나중에 관계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쓰고 하자고 했어요. 미국이나 유럽에는 그런 회사가 꽤 있었어요. 그래서 해외로 나가서 같이 협업도 하고 조사도 하고 더 나아가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했죠.

다른 이유로는 해외 진출 목적도 있었어요. 처음 송 세션을 시작 했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팝 음악 본고장에서 온 사람들이랑 하루만에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니까 ‘어느 나라나 작곡가는 비슷하구나, 우리나라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어느덧 세계화가 자연스럽게 됐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절대적 실력을 평가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그걸 알아보기 위해 유럽에 가서 송 세션도 하고 했는데 그 당시엔 좀 당황하더라고요. 한국 작가들이 해외에서 송 세션 하는 경우는 잘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시장 조사를 했어요.

황: 그때가 덴마크랑 독일이었죠.

G: 맞아요. 한국 시장 인구가 많진 않잖아요. 그래서 유럽 나가서 시장 조사해보니 제도가 완벽히 되어 있고 음악하기 좋은 환경인데, 시장이 노후되어 있더라고요. 활발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어요. K-Pop은 인구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많은 뮤지션과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런 나라가 한국 미국 일본 정도고, 유럽 쪽은 활발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유럽에서 한국으로 많이 오는 거고요.

저희는 K-Pop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가서 곡을 파는 방법도 있겠지만, 저희는 K-Pop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대표적으로 BTS 같은 경우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지금도 해외 작가들과 협업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K-Pop이 있어요. 앞으로도 K-Pop이 해외로 나가면서 저희 모노트리가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황: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금 K-Pop이라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국인인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어요.

G: 맞아요. 그런데 점점 해외와 국내의 장단점도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무조건 해외라고 좋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어서, K-Pop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해외에서 음악을 발매할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계속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요.

황: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으로 ‘당신네 아티스트로 우리나라에서 앨범 내면 안되겠냐’고 제안이 와서 송 캠프를 한 적도 있어요.


3. 모노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 저는 모노트리 신인 작가 발굴과 컨택을 하고 있어요. 음악적인 색깔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걸 높이 평가해요. 저희가 러브콜한 작가 반, 저희한테 연락 온 작가가 반 정도 돼요.

전자는 가수 임한별이 있어요. 주위에서 10년 정도 가수 활동을 해왔고 습작을 했는데 노래도 잘하고 해서 본업 외에 작곡을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임한별 - 이별하러 가는 길

임한별 - 이별하러 가는 길

그리고 저희한테 지원해서 제일 처음 계약한 작가는 아까 얘기가 나온 NOPARI라는 작가예요. 자취방에서 헤드폰 한 대로 작업했는데 음악이 굉장히 좋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저희 모노트리는 단순히 많은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황: 데모를 받았을 때 이것저것 다 좋은 곡을 보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이 분은 굉장히 잘 한다’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G: NOPARI 님은 트랙만 보냈는데, 지금은 트랙만 쓰는 사람, 탑라인 쓰는 사람 이렇게 나누는 경우도 많지만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아서 더 신선하게 들었어요.

(NOPARI 작가와 이주형 작가가 작곡, 편곡에 참여한 레드벨벳의 Blue Lemonade)


황: 어느 한 부분이 모자란 점이 있어도, 저것만큼은 남들이 못 따라오겠다, 이런 뮤지션이랑 늘 함께 하는 것 같아요. 처음 모노트리를 만들었을 때 함께 했던 추대관 같은 분들도 한 주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분으로 성장했고요.

G: 맞아요. 윤종성 작가도 그렇고요. 특히 처음 시작하는 작가는 이주형 작가가 제일 처음 만나보고 얘기하고 작업도 같이 하면서 인간적인 면도 봐요. 작업 하면서 많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나요?

이: 작업 하는 건 언제나 재밌어요. 그런데 공동작업 자체를 과하게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어서 그런 경우에는 좀 어렵기도 하죠.

G: 음악적인 방향뿐 아니라 멘탈과 순발력, 체력. 이런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작곡가는 하프 비즈니스맨, 하프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인간관계, 음악적인 능력, 멘탈 등을 두루두루 보고 있어요.

황: 이번 오디티토크 제목을 <변화하는 음악 씬, 진화하는 작곡가> 이렇게 잡은 것도 그런 의미예요. 예전에는 ‘편곡할 수 있으면 땡큐’ 이런 식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지고 있어요. 모노트리는 작곡가들이 모여 있는 회사이다보니 시스템에 더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씬은 계속 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배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스템에 집착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시스템이란,
저희 세 명이 지금 이렇게 명동에서 이야기하고 있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거예요.


그런 시스템화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맨 처음에 회사를 만들고 작가들이 많아지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음악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보다 엑셀 앞에 있는 시간이 많더라고요. 그러다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서 저랑 같이 그 일을 하던 GDLO(지들로)라는 작가가 직원을 뽑자고 해서 직원을 뽑고 좀 더 편하게 됐어요.

시스템이란 지금 저희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GDLO를 뽑고 같이 일하게 된 것도,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거고요. 이렇게 GDLO와 추대관 작가가 직원이 되고 하고... 이러다보니 우리가 아웃사이더인 줄 알았는데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고 있더라고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언제 우리 뮤지션이 이런 제도권을 만들 수 있겠어요.

처음부터 생각한 그림은 아니었어요.
해 보면서 시스템이란 걸 만들게 됐고 모양새를 갖추게 됐죠.


뮤지션 6명, 탑 라이너 3명, 트랙 프로듀서 2명, 그리고 가사쓰는 친구 1명, A&R 및 오피스 업무 전담하고 유튜브 편집하는 직원 1명, 엔지니어 1명. 그리고 최근에 한 명 더 계약을 해서 총 15명 정도의 작가와 함께 하고 있어요.

이렇게 회사는 꾸려지고 있었는데 일만 한다고 이런 게 굴러가진 않았어요. 터닝포인트 같은 시기가 있었죠. 저희끼리는 테크니컬 프로듀싱이라고 하는데, 그 설명을 해드릴게요.


4. 프로듀싱의 여러 형태

G: 네, 여러분이 많이 알고 계시는 이달의 소녀라는 팀인데요. 저희가 하고 있는 여러 프로듀싱 형태 중 한 예가 될 것 같아요. 프로듀싱의 범주가 넓어서, 프로듀싱 정의를 먼저 해 볼게요.

먼저 ‘테크니컬 프로듀싱’이 있어요. 이달의 소녀 앨범의 경우,  음악 기술적인 부분을 프로듀싱하지만, 실질적인 프로듀서는 제이든 정씨가 맡고 있어요. 이달의 소녀의 컨셉, 세계관,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들을 잡고 큰 방향을 잡아주죠. 저희는 그 중 음악적인 부분을 담당하고는 해요. 이달의 소녀는 이처럼 음악에 치중된 프로듀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산업이랑도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음악 산업도 그 범위가 커져서 작곡가가 단순하게 악보에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곡을 쓰면서 주변 것들을 같이 해 나가는 시대예요.

황: 방금 영화산업에 빗대어 말씀해주셨는데, 총 감독은 제이든 정씨고 우리는 음악 감독이라고 볼 수 있겠죠?

G: 맞습니다. 그런 식으로 저희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달의 소녀 작업할 때는 음악적으로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어요. 멋있고 실험적인 것들에 있어서 열려 있고 도전을 좋아하셔서 그런 큰 그림 안에서 음악에만 전념하면서 자유롭게 음악적으로 놀 수 있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자유롭진 않지만요.

황: 되게 자유롭게 매달 매달 즐겁게 작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달 작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거거든요. 여기 오신 분들 중에 K-Pop 작곡가 꿈꾸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 작가가 곡 쓰는 거에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특히 이달의 소녀는 더욱 그랬죠.

프로듀싱의 여러 형태 ex) 이달의 소녀 ©모노트리

프로듀싱의 여러 형태 ex) 이달의 소녀 ©모노트리

G: 첫 번째 사진은 이달의 소녀 Hi High 믹스 수정 버전 메일이에요. 이게 되게 짧은 순간만에 이루어져요. 오른 쪽은 Butterfly의 30초짜리 티저 작업. 티저 음악을 다 새로 만들었어요. 이달의 소녀라는 세계관 안에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급할 때는 하루만에 이런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황: K-Pop 프로듀서가 하는 일 중에 음반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연말 방송용 음악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작년 MAMA 때도 작업을 했는데, 이때부터 엠넷을 잘 안 보게 됐어요. (웃음) 여러 작업을 했는데 회사에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피드백이 오면 쓸 수 없게 되기도 해요.

G: 이런 식으로 수정이 많은 경우가 있어요. 음악적으로는 자유롭지만 한 편으로는 세계관에 맞추어 테크니컬하게 프로듀싱을 하는 거죠. 업계에서 일 시작하는 새로운 회사를 만나면 저희 보고 “혹시 수정도 가능하실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희는 다 해드립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맞게. (웃음)

K-Pop 작곡가들에게는 전투력과 순발력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황: 이달의 소녀 현진 님의 ‘다녀가요’는 멜로디가 두 가지였죠?

이: 네. 원래는 레이디스코드를 위해 만들었던 곡이었는데, 이달의 소녀에게 어울리게 멜로디를 바꿨어요. 기존 멜로디는 공연에서 쓰기도 했고요.

G: 이런 식으로 크리에이티브하게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황: 그리고 또 다른 프로듀싱의 형태 중에 이런 게 있어요.

홍대광 X 키썸 - 힙합이 뭔데?

홍대광 X 키썸 - 힙합이 뭔데?

작업할 당시에 <쇼미더머니>가 엄청 이슈였어요. 어느 순간 대한민국이 힙합 대잔치가 됐어요. ‘왜 이렇게 인기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를 이전 회사에서 만났어요. 그때 이런 아이디어를 냈죠.

“대표님, 저는 힙합이 이 순간만큼은 싫어서, 힙합을 까는 발라드를 해보고 싶어요.”

이걸 진행하면서 저는 겁이 없어진 것 같아요. ‘아 이런 걸 해도 되는 구나. 분명히 나처럼 쇼미더머니는 재밌지만 너무 이 방향의 노래만 나오는 게 별로인 사람들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이 작품 덕분에 지금 저희가 이런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됐고, 모노트리도 신선함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요. 자신감을 많이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요.

또 다른 프로듀싱 형태 중에 온앤오프(ONF)라는 팀이 있어요.

사실 작곡가로서 되게 축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이 데뷔하기 1년 전부터 회사에서 저희에게 찾아와 프로듀싱을 맡아 달라고 했어요. 하다보니 일이 너무 큰 거예요. 월말평가 12번을 가면서, ‘저 친구는 저런 걸 잘하는 구나’ 이런 걸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멤버들 특성도 알게 되고, 몰입하면서 작업했어요.

다 노출할 수는 없지만, 제가 애정이 생겨버린 팀이다보니 세계관도 뮤비 감독님이랑 회사랑 같이 고민하면서 저는 빠져나갈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이 3가지 앨범이 제 음악 인생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제가 이쪽에 많은 힘을 쏟게 됨으로써 다른 작가님들도 다른 곳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건 저희끼리 ‘토탈 프로듀싱’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G: 테크니컬 프로듀싱보다 더 깊게 들어가서 세계관 등도 더 고민하는 거죠.

황: 올해 2월에 나왔던 앨범은 맨 마지막 트랙부터 처음까지 역순으로 스토리가 이어져요. 이런 부분들이 가능하게 됐던 건 온앤오프, 그리고 모노트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 말씀드릴 프로듀싱 형태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겨나는 형태예요.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하는 작업입니다.

이: 아티스트와 작가가 함께 프로듀싱 하는 건 점점 많아지는 추세 같아요. 간혹 아티스트가 곡 작업하는 걸 안 좋게 보기도 하는데, 저에게는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송 캠프 같아요. ‘아티스트가 작곡가에 얹혀가는 거 아닌가’라는 시선도 있는데 요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황: 아티스트들은 자기 곡이다보니 애착을 가지고 많은 준비를 해 오죠.

프리스틴 미니앨범 2집 SCHXXL OUT

프리스틴 미니앨범 2집 SCHXXL OUT

이: 프리스틴 앨범도 이 사례인데요. 이 앨범은 아티스트와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가 모여서 송 캠프를 했어요. 단순히 아티스트랑만 작업한 게 아니었고, 거의 반나절 동안 작업을 했어요.

한승연 씨와의 작업은 음악 전반을 맡아 달라고 요청이 왔고 본인이 가사를 쓰겠다고 해서 일본 앨범이었음에도 직접 일어 가사를 써서 잘 마무리 했어요.

김재환 미니앨범 1집 Anoter

김재환 미니앨범 1집 Anoter

그리고 워너원 출신의 김재환 씨 데뷔 앨범 작업도 함께 했는데요. 아티스트가 너무 음악적 욕심이 많아서 잠을 못 자게 할 정도로 메시지가 많이 왔어요. (웃음) 컨셉 같은 게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근데 음악을 또 잘해서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습니다. 저 앨범에는 저희 곡이 3곡 정도 있어요.

G: 아티스트와의 공동 작업은 전 세계적인 흐름 같아요. 옛날에 작곡가는 음악적 지식도 풍부해야 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계범주 씨는 처음에 아티스트였지만 지금은 프로듀싱도 너무 잘하는 분이에요.

황: 저희가 워낙 친분이 깊어서 조금 더 덧붙이자면, 계범주 씨 덕분에 프리스틴 앨범 작업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티스트가 프로듀싱을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것 같아요. 범주 씨가 그 전에 세븐틴 프로듀싱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저한테는 약간 선배 프로듀서 같은 느낌이에요. 일반적인 작곡가 개념으로는 제가 선배일 수 있지만요.

황: 이 곡은 손고은 작가와 레드벨벳 예리 씨가 함께 작업해서 나왔던 SM STATION 곡이에요. 어느 날 SM에서 ‘예리가 작곡에 관심 있으니 함께해 달라’라고 해서 손고은 작가가 일종의 선생님 역할을 맡아서 작업했죠. 나중에 지분을 보니 정말 50대 50으로 작업을 했더라고요. ‘아티스트를 괜히 아티스트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G: 옛날에는 작곡 하면 엉덩이로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닌 것 같아요. 아티스트들은 작업 속도도 굉장히 빨라요. 표현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한 번에 금방 발산해서 ‘이래서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요즘은 작곡가도 아티스트가 되는 시대고,
아티스트도 작곡가가 되는 시대 같아요.


황: 이런 식으로 프로듀싱의 여러 형태를 말씀드렸는데, 물론 이 안에서도 더 세부적인 형태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씬이 변해가고 있고 여기까지가 모노트리가 걸어온 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다음 세션에서는 모노트리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 2부 ‘앞으로의 모노트리’ 이야기와 Q&A는 다음 편에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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