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즈덕후의 6편의 영화로 즐기는 음악
4번째 오디티 토크는 음악을 유쾌한 만화로 그려낸 베스트셀러 [JAZZ IT UP], [PAINT IT ROCK]의 남무성 작가와 함께했다. 재즈 잡지 편집장, 음반 프로듀서, 공연 기획자, 영화 감독, 만화가, 작가 등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만 해도 여러개. 2시간 동안 그는 라디오 DJ처럼, 남다른 길을 걸어온 그의 사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재즈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재즈를 좋아하고, 재즈를 더 깊이있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이였던 그 날 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그가 좋아했던 영화를 통해 빠져들었던 음악을 만나보자.
1. 영화 <엑소시스트> 속 음악
일찌감치 어릴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스스로 관심이 많았다기보단 어렸을 때 이웃집 누나가 혼자 극장에 가기 그러니 꼬맹이인 저를 데리고 다녔거든요. 사실 <엑소시스트> 영화를 저는 7살 때 극장에서 봤어요. 그 때는 무서워서 제대로 못 봤었는데 나중에 커서 다시 보니 아카데미상도 몇 번 받고, 명작이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귀신 들린 소녀의 엄마가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
이 짧은 장면이 좋아서 요즘도 가끔 소주 한 잔 마시면, 유튜브 앞에 앉아서 이 장면을 노려보곤 합니다. 배경음악 때문에 이 장면을 좋아해요.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악이 흘러나오는데요, 낙엽이 날리는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했었거든요. 그 때 마이크 올드필드를 좋아했는데, 혼자서 굉장히 많은 악기를 다룹니다. 25가지 악기를 혼자 연주하면서 이 앨범을 만들었어요. 데뷔 앨범 <Tubular Bells>에 수록된 곡이 <엑소시스트>의 OST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면서 음악을 만났습니다.
2.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속 음악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서부 영화인데요, 주말의 명화에서 백번은 했을 거예요. 국내 제목은 <내일을 향해 쏴라>. 서부 영화인데 아카데미상도 받고, 영화 주제가가 너무 좋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노래일 거예요.
3. 영화 <알피> 속 음악
다음은 1966년도에 영국에서 나온 <알피>라는 영화예요. 주드 로가 리메이크한 영화인데요, 원작에서는 마이클 케인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데 영화 음악이 참 좋습니다.
이 분 소개하려고 앞에 얘기를 한 거예요(웃음). 어릴 때는 몰랐는데 연관성을 가지고 들여다 보니 한 사람의 작곡가가 나옵니다.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인데요. 냇 킹 콜(Nat King Cole)이 55년에 데뷔할 때 'Once in a blue moon'도 작곡했고, 엘튼 존과 스티비 원더가 함께 부른 'That's what friends are for'도 작곡을 했지요.
알피 곡 선율을 기억하면서 들어보세요. 버트 바카락이 올해 90살인데 직접 한 곡 부르는 장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버트 바카락 트리뷰트 공연 때 영상인데요, 카펜터즈 등 곡을 선물 받았던 사람들이 교대로 공연을 하고, 버트 바카락이 직접 이 노래를 부릅니다.
선곡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시간이 흘러도 상관 없이 좋아할 수 있는 곡을 골라보자 했어요. 버트 바카락은 충분히 그런 가치가 있는 예술가입니다.
4. 영화 <오스틴 파워> 속 음악
<오스틴 파워> 영화를 보면 버트 바카락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엘비스 코스텔로가 'I will never fall in love again' 올드팝을 리메이크 했는데요. 짧은 영화 장면입니다만 버트 바카락이 여기서 피아노를 치고 있어요.
엘비스 코스텔로 부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재즈피아니스트 다이애나 크롤입니다. 요즘 활동하는 재즈 보컬 디바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죠. 미모도 아름답고, 피아노도 굉장히 잘치고, 그래미에서 한 장 뽑는 앨범, 'Record of the Year'를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Look of love'라는 노래를 들어볼게요. 우연치 않게 버트바카락 작곡입니다.
음반 프로듀서로 일을 할 때 개인적으로 즐거운데요, 말로 하고, 그림으로 할 때랑 다르게 녹음실에서 뮤지션들이랑 의논하면서 음악을 디자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로 따지면 감독 같은 역할이 프로듀서인데, 이은하씨와 재즈 앨범을 낸 적이 있어요. 그 때 'Look of love' 이 곡을 리메이크를 시켰습니다.
5. 영화 <샤키 머신> 속 음악
1981년에 나온 버트 레이놀즈의 <샤키 머신> OST는 너무나 재즈 명반이에요. 'My funny valentine'이 5만개가 넘는 버전이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버전은 이 영화 속에 나옵니다.
6.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이 영화에는 여성 팬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심야 FM 디제이가 나와요. 그 여자는 매일 밤 전화로 항상 같은 곡을 신청합니다. 그래서 영어 제목이 'Play Misty for Me'예요. 'Misty'라는 노래를 계속 신청하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노래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굉장히 궁금해요. 영화 속에서 노래를 틀으려고 LP를 꺼내고나면 장면이 넘어가버립니다. 노래는 끝내 나오지 않아요.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오리지널 곡인 Erroll Garner 버전, 그리고 가장 유명한 Sarah Vaughan 버전을 들어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열심히 보다가, 주제가나 음악이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많더라고요. 지금 들은 곡들은 제 어린 시절의 추억이면서 지금도 한잔 할 때 꺼내 듣는 음악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재즈 뮤지션인데요, 팻 매스니의 곡을 들려드릴게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입니다. '재즈를 이렇게도 연주할 수 있구나' 하고 귀를 열어준 곡이에요. 'Dream of the Return'이란 곡입니다. 한 편의 시를 쓴 것 같아요. 가사는 귀향에 대한 내용입니다. 오늘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마지막 곡으로 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