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것들' [일러스트레이터 권서영 편]
‘alice in the milkyway’ ⓒKwon seoyoung
오디티 토크 9번째 주인공은 일러스트레이터 권서영(tototatatu) 작가입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꿈을 꾸는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그림체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어떤 브랜드, 어떤 파트너와 함께해도 권서영 작가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취향과 색깔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여러 세상과 호흡 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게 하는 영감은 어디에서 올까요? 작가가 평소 영감을 받는 일상, 음악, 콘텐츠에 대해 물었습니다.
ⓒKwon seoyoung
영감을 주는 음악
레드벨벳이 노래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구축하는 세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팀의 앨범을 거의 좋아하지만 특히나 마음이 가는 수록곡들입니다.
(권서영 작가는 레드벨벳의 ‘환생' 뮤직비디오를 작업했다.)
1) 레드벨벳- Cool world
‘Cool world’는 들을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는 화자가 어떤 사람일지를 떠올려보게 돼요. 이 화자에 대한 이미지는 제가 생각하는 소녀의 원형 같은 것으로, 자신만의 취향과 세계가 단단한 고집스럽고 사랑스러운 소녀가 느껴집니다. 비밀스러운 자기만의 공상과 혼자만의 세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가치관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낍니다.
권서영 작가의 그림에는 소녀, 여성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Kwon seoyoung
2) 레드벨벳 - Zoo
‘Zoo’는 사랑에 빠진 감정을 정글에 떨어져 모험 하는 것처럼 표현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곡입니다. 사운드에도 원숭이나 코끼리 등 동물의 울음소리, 바람소리 등의 폴리 사운드가 들어가 사실적인 터치로 공간감을 표현했어요. 듣고 있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보게 만드는지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곡입니다.
3) 모임별 - 2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OST로 접한 곡. 일 년에 몇 번씩은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지고, 필요한 순간이 옵니다. 아직도 여기서 말하는 것들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정적으로는 항상 마음부터 움직이게 됩니다. 생각과 감성이 메말라서 아무것도 만들 수 없을 것 같을 때, 이 노래의 가사를 듣다 보면 새로운 이미지가 조합되어 떠올라요.
3) The xx - replica
제목과는 역설적으로 오리지널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때 듣는 노래입니다. 사실 오리지널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어조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멜로디 자체가 위태롭게 꿀렁거려서 그 틈에서 같이 흔들리다 오게 됩니다. 듣다 보면 작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곡.
영감을 주는 콘텐츠
1) 넷플릭스 <breaking bad> season 3 e11 intro
두 인물이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을 보며 나누는 대화를 좋아합니다. 꽃이나 문 같은 소재를 여러 번 그리곤 했던 오키프의 작업을 보며 남자는 왜 똑같은 걸 계속 그리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여자는 “똑같지 않았어. 주제는 같았지만 매번 달랐어. 작가의 기분이 달랐고, 빛이 달랐어”라고 대답합니다. “왜 우리는 같은 짓을 반복하지? 담배도 한 대로 끝낼까? 일몰도 한 번만 봐? 하루만 사는 건 어때? 매번 새로우니까 매번 다른 경험인 거야”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 이 오프닝 씬을 떠올려봅니다.
2) 애니메이션 daria
10대 초반쯤 투니버스를 보다가 우연히 접하게 됐어요. 첫눈에 반한 애니메이션. 1997년부터 MTV에서 제작/방영하여 시즌 5까지 나왔습니다. 지금 봐도 세상 힙하고 쿨한 주인공 다리아와 친구 제인 레인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콤비예요. <Daria>의 아트워크는 단순한 라인 드로잉이지만 살펴보면 많은 디테일이 녹아있어요. 이 또한 저의 그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3) <TED Talk: Simone giertz ‘Why we should make useless things’>
가장 좋아하는 테드 강연 중 하나. 처음 보았을 때 무대 공포증이 있다고 운을 떼며 시작하는 시몬의 태도에 놀랐고, 흥미를 느꼈어요.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테드 토크를?) 그녀가 나열하는 그간 진행했던 이른바 쓸데없는 프로젝트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창의적인 토크를 진행해가는 과정 자체를 보는 것에 용기와 영감을 얻습니다.
영감을 주는 일상
1) “책을 읽을 때”
독서를 매일 하는 편인데요. 관심 있는 카테고리는 잡다합니다. 최근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은 <프랑켄슈타인>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입니다. 예전에는 SF 장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이 책들을 읽고 나서 제 안에 갇힌, 혹은 멈춘 시선을 넓히기에 이만한 장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산책과 요가”
사는 곳 주위에 적당한 공원이 있어서 되도록 나가서 산책을 합니다. 혼자 일하다 보니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과 몸을 살피는 것에 둔해지기 쉬운데요. 조금이라도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저에겐 가장 효과가 좋았어요. 걸으며 좋아하는 노래나 팟캐스트 등을 들으며 일과 몸을 물리적으로 분리 해요. 운동은 최근 요가를 하고 있는데,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저 동작을 따라 하는 것뿐 아니라 저에게 온전히 집중한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조금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좋은 것을 보기 위해선 우선 저에게 공간이 있어서 영감이 들어올 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들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3) “인스타그래머, 트위터리안으로서의 나”
제 일상과 SNS를 분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요. 요즘에는 이전만큼 헤비(heavy)하게 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몇 개 소개해볼까 해요. 이곳에 아카이빙된 이미지를 보면 ‘이런 느낌을 적용해서 그림 그려보고 싶다’ 고 절로 영감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영감을 주는 인스타그램 계정 4 (curated by 권서영 작가)
@decorhardcore 단순한 레트로 인테리어가 아닌, 한 끗 이상한 디테일이 있는 장식들
@another__kind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의 바다
@__________office 80년대의 오피스 풍경 사진들이 올라오는 계정
@bigsleep_shop 빈티지 조명 상점이자 그에 관한 사진이 올라오는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