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브랜드가 콘텐츠다
'우리나라에서 브랜딩을 잘하는 회사'라면 이 곳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배달의 민족. 단순한 '배달 앱'을 넘어 치믈리에 자격시험, 배민문방구, 배민 신춘문예 등 각종 이상한 일들을 벌이며 지속적으로 우리를 놀래키는 회사.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배짱이'라는 팬클럽까지 생긴 브랜드다.
그들은 왜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일들을 잘되게 만드는 비법이 뭘까?
이제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 스페이스오디티는 브랜드로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생각했다. 스페이스오디티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컨퍼런스 <리프트오프>에 배달의 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를 특별 게스트로 모시고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준비한 하이라이트 영상과 글.
[LIFTOFF] EP.01 - "이제 브랜드가 콘텐츠다" by 배달의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
모든 일의 시작점은 유저로부터
이런 모든 일들이 시작점이 있어요. 배달의 민족을 누가 많이 쓸까? 누가 제일 좋아해야 해? 여기서부터 출발했어요. 음식을 시키는 건 주로 회사의 막내들이잖아요. 그분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머, 키치, 패러디, B급이라는 코드를 가지고 배민의 시작부터 만들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브랜드 가이드
얼핏 보면 중구 난방해 보이지만 잘 보시면 일목요연하고 통일성이 있어요. 저희는 두 가지의 브랜드 가이드를 가지고 이런 일들을 만들고 있어요. 풋! 하고 가볍게 웃기거나 아~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딱 두 글자예요. 이 것에 부합하면 저희는 갑니다.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사건을 만드는 것
사실 콘텐츠라는 건 그 동영상 이야기의 사건이 되는 소재 그 자체예요. 무엇을 이야기했을 때 “아 재밌다. 너 이거 들어봤어?”라고 친구한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건 자체를 만드는 게 동영상을 만드는 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치킨은 살 안 쪄요'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로 하고) 듣기만 해도 "어 정말? 그 사람들이 뮤비에 같이 나온다고?" 할만한 조합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아이디어를 내보다가 김혜자씨, 김창렬씨 이름이 나란히 있는 걸 보고 이거 대박이다 했죠. 연락드리면 안 하실 줄 알았는데 마침 두 분 다 하신다는 거예요. 슛을 들어가서 나온 작품이 이겁니다.
배민의 대장 제도
캠페인이 나올 때 '이거 왜 하는 거야? 뭘 얻으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일까?' 질문을 던지고 공감을 만드는 일을 해요. ‘누가 하고 싶어? 누가 할래?’라고 일을 맡기고 나면, 그분이 온전히 오너십을 가질 수 있게 - 저희는 대장이라고 하는데 - 대장님께 다 맡기는 거예요. 사실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일이잖아요, 내가 잘 하고 싶은 일이 되고 어느 정도는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돼요. 그러다 보니 내가 잘하고 싶고 내가 재미있고. 일을 하나를 하더라도 기왕이면 재미있고 신나게. 그러니까 더 잘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는 이유
마치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것처럼 아웃도 되고, 안타도 되고, 홈런도 돼요. 아웃될 것 같다고 안 휘두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신나게 휘두르게 하려면 실패에 대해서 책임을 따져 묻거나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아도 프로젝트 맡은 본인이 제일 속상하거든요. 저희가 할 일은 잘못을 찾아 이 잡듯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친구의 실패를 위로하고 다시 신나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배민이 말하는 진짜 B급의 의미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누구나 알았지만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이에요. 치믈리에란 말은 있었지만 진짜 평가하고 자격증 주는 건 아무도 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유머, 키치, 패러디라는 배민의 방식에 잘 맞았어요. '가벼운 만큼 진지하게 접근하자'라고 해서 밸런스를 잡았어요. B급 행사를 A급으로 해버릴 때 그 대비가 반짝반짝하게 날 수 있어요. 세 글자로 줄이면 쓸고퀄.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가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A급보다 못한걸 B급이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A급은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공감 가는 지향점이 있어요. B급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배민다움(자기다움). 각자는 우리 스스로다운 게 있으면 되고 어떻게 다르다는 게 있으면 그게 B급이고 자기다움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리프트오프> 하이라이트 영상과 글은 다음편에서도 이어집니다. 다음편은 김이나 작사가의 '노랫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