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것들' [최고은 편]
그녀의 음악을 듣는 경험은 분명 지도에는 표기할 수 없는 곳으로 여행하는 경험이다.
- 김경주(시인, 극작가)
오디티 토크 5번째 주인공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었다. 기타를 메고 유럽 곳곳의 문을 두드리며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녀. "음악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는 그녀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직접 다양한 컨텐츠를 만든다. 최근에는 앤트러사이트와 협업해 '노마드 신드롬' 앨범의 곡 색깔을 담은 드립백 커피까지 만들었다. 자연과 여행을 닮아 신비롭고 자유로운 그녀에게 영감을 준 여행지와 노래들을 소개한다.
뮤지션 최고은에게 영감을 준 여행지 6곳
1) 티벳
고은's comment:
산소도 부족하고,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을 자신의 땅이라고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 어쩜 그토록 맑은 얼굴로 지낼 수 있을까? 티벳에 도착하여 하루에 30-40KM을 한 달 가깝게 걸어가며, 나의 인내심이 밑바닥에 닿았던 날, 그제서야 내려놓음을 알았다. 그 때 내 얼굴도 맑아졌을까?
2) 고성
고은's comment:
즉흥적으로 떠난 친구들과의 겨울여행. 장소의 특별함보다도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냐는 것이 여행의 잔향으로 오래 남는다는 걸 알았다. 늦은 밤 기와지붕에 올라 밤하늘을 보던 그 날 밤처럼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푸른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좋겠다.
3)아이슬란드
고은's comment:
풍요로움과 거리가 멀었던, 무표정하다 못해 창백했던 땅이었지만 황홀했던 풍경들. 감각세포가 두서없이 활동하던 시간들, 철학자가 되기에 좋은 땅. 무엇보다 시규어로스의 음악적 이유를 교감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최근 노마드 신드롬 앨범에 수록된 Limbo in Limbo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왔다.
4) 담양
고은's comment:
외가댁이 담양이라 어릴 적엔 주말이 되면 가족과 담양을 방문했다. 영감은 어느 특별함에서 오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길어올리는 평범한 풍경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기도 한다. 여름밤 감방천 산책, 땅 속에 묻어 둔 김치, 외할머니 방을 뒹굴거리며 오후를 보내던 시간들. 코에 베여 그리워지는 그 때의 향기들.
5)오이도 외 동아리 MT
고은's comment:
나의 대학시절은 8할이 동아리 활동이다. 음악을 듣는 폭이 가요와 팝으로만 국한 되었던 나에게 록의 세계로 입문시킨, 하드코어 동아리 ‘광야‘. 사람을 중심으로 음악과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던 내 생에 몇 되지 않는 ‘논다’는 순간들이 그 때 그 시간에 살고있다.
6) 영국
고은's comment:
여기는 영감을 받은 것 보다 다음 단계를 꿈꾸게 했던 장소. 바로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 축제가 열리는 3일 동안, 1000팀이 넘게 공연이 이루어지는 곳.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인부터 처음 보는 음악인들까지 모두 음악으로 자신을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평화로운 음악시간들. 변덕스러운 비가 내리고 간간히 피라미드 무대에 무지개가 걸쳐질 때 나는 언젠가 우리밴드가 그 무대에서 공연 할 순간을 상상했다.
뮤지션 최고은에게 영감을 준 노래 5곡
1)라디오헤드 _ No surprise :
고은's comment:
일 년 넘게 나의 알람곡이었다. 좋아하는 곡이 알람곡이 되면 싫어진다는 알람송의 불문율은 저리가라. 후훗.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음악을 사용하여 이야기 할 때,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소신있게 말한다는 것에 대해, 그것이 넓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는 곡이다.
2)리베카마틴 _ The space in a song to think:
고은's comment:
내가 어떤 순간에 있던 이 곡을 트는 순간 모든 상황은 내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공허하든, 우울하든, 바쁘든, 멍하든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를 정리해주는 음악. 아직까지 내가 만든 음악 중에는 나를 거기까지 만족시키는 곡은 없는 것 같다. 음..‘Nostalgia’, ‘My christmas is you’ 정도가 그나마 근접하다.
3)정재일+한승석 _ 돈타령 :
고은's comment:
최근에 가장 좋게 들은 곡 중에 한 곡. 곡 안에 두 사람이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두 사람에게 곡을 만드는 즐거움이 무엇에 있었을 지 궁금하다.
4) 삐삐밴드 _ 안녕하세요:
고은's comment:
삐삐밴드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에너지를 지닌 밴드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는 그 중 부드러운 곡이었다. 음악이란 사랑과 이별이 대부분 주제인 줄만 알고 지냈던 어린시절, 사람이 모여 함께 지낸다는 것에 대한 화두를 머리에 남긴 음악이었다.
5) Beck _ Colors
고은's comment:
지극히 개인취향 관점에서 끊임없이 좋은 노래를 만들어 내는 음악인.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그만의 곡 흐름을 이끄는 선택의 세련 됨, 현재를 담아 낸 음악의 완성도, 클래식한 색체까지 잃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도 멋지게 해내고 있다는 점에 나도 자극받고 힘 내야겠다.